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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엔] 결혼 10개월차, 이혼 통보받았습니다.
결혼 10개월 차입니다.

최근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통보를 받았습니다.
남편은 이미 마음 정리가 끝났고, 추석 전까지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몇 주 동안 계속 울기만 하다가, 이제는 저도 조금 감정을 가라앉히고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결혼생활이 정말 전부 제 잘못이었던 건지, 제가 너무 많은 것을 참고 살아온 건지 저 스스로도 판단이 안 돼서 글을 씁니다.


남편은 화가 나거나 이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이 집에서 너만 나가면 된다” 라는 말을 합니다.

싸우게 되면 “씨X년아, X같은 년, 병X같은 년, 또X이 같은 년”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고, 
화를 참지 못해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결국 모든 원인은 저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내가 변한 것도 다 너 때문이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면 결국 제가 모든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혼 전 남편이 저와 싸우고 홧김에 여자들이 있는 노래방에 간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후에 본인이 잘못했다고 사과했고, 그 뒤로 그런 곳에 간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쉽게 잊히지 않는 상처였습니다.

그래서 싸우다가 제가 그 이야기를 꺼내면 남편은
“그 이후로는 간 적도 없잖아"
“그때는 네가 나를 화나게 해서 간 거다.” 라고 말합니다.
결국 본인이 잘못한 행동조차도 제가 화나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제 탓으로 돌리는 겁니다.


결혼 전 연애할 때부터 저에 대한 통제가 있었습니다.

머리는 어둡게 염색하라고 했고, 손톱도 화려하지 않은 색으로 짧게 하라고 했습니다. 
옷도 살이 보이지 않게 입으라고 했습니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전에 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야 했고, 하루라도 보내지 않거나 출근길에 보내면 그걸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또 “왜 같은 행동을 반복하냐”고 했습니다.

퇴근하고 피곤해서 카톡을 하다가 말없이 잠든 날에도 다음 날 싸움이 됐습니다.

“자기 전에 말하라고 하지 않았냐.”
“내 말을 무시하고 또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평소 아침이나 점심을 잘 먹지 않던 저에게 밥을 먹으라고 하면서, 
밥 먹기 전 사진까지 보내라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보내지 않으면 싸움의 이유가 됐습니다.

그때의 저는 이런 행동들이 저를 사랑하니까 하는 관심과 걱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랑과 통제를 제가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점점 제 모습을 잃어 가는 것도 몰랐고요.


이번 이혼 이야기가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 술 문제입니다.

저는 원래 술을 좋아했습니다. 
과거 남편 만나기 전엔 정말 자주 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회식도 많았고, 특히 집에서 혼술 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좋아하는 걸 보며 그렇게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취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술을 끊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저는 적당히 마시겠다고 했지만 과하게 마시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정말 많이 줄였습니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할 정도로 줄였고, 남편과 싸우기 싫어서 제가 먼저 술 약속을 잡는 일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나 남편 지인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먹는 거 말고는 거의 없네요)

남편은 자기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도 술을 거의 못 마시게 했습니다.

회식이 있다고 하면 가서 먹지 마라.
워크숍에서도 먹지 마라.
지인을 만나도 먹지 마라.
소맥 4잔만 먹으라고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술을 좋아하던 사람이 술자리에서 술을 못 마시니 재미도 없고 멀뚱멀뚱 앉아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싸우기 싫어서 참고 지냈습니다.
제가 먼저 “술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술 때문에 몇 번 싸웠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술 취하는 것 자체를 정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본인은 안그러니까, 취할 때 까지 마시는 거 자체를 이해 못했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한다는 말이 물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 하고 스트레스 푸는 것도 있지만 외로워서, 스트레스 풀 곳이 없으니 저는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 뿐이였습니다.
하지만 혼술 또한 당연히 안됐습니다..

반면 남편에게도 술 약속은 많았습니다.
제가 늦게 들어오는 것이 싫다고 하면 남편은 “나는 취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했습니다.
새벽 2시, 5시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고, 제가 서운하다고 하면 본인은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바로 받아주지 않으면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저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매번 취하는 것도 아닌데 제 입장에서는 
그동안 제가 줄이고 참아온 노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도 듭니다.

남편은 제가 술 문제로 여러 번 약속을 어겼고, 본인은 저에게 충분히 많은 기회를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기회는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제가 술을 과하게 마신 일에 대해서는 저도 변명하지 않습니다.
분명 제가 잘못했고, 남편이 지쳤을 거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는 부부 사이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관계가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기회를 주고 제가 그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남편은 술 문제를 제외하면 결혼생활은 만족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그동안 결혼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결혼 전부터 남편은 제가 밥을 꼭 차려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결혼 후에는“나는 밖에 나가서 힘들게 일하니까 대우받으려고 결혼했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억 못함)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활비는 결혼 준비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이 반반 부담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결혼생활에서 남편은 항상 1순위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20분에서 1시간 반으로 늘어났어도 항상 밥을 해서 먹었고, 주말에 출근한다고 하면 일어나서 아침도 차려줬습니다.

야간근무를 하러 밤에 나가거나 새벽에 들어오면 항상 일어나서 현관까지 배웅해주며
“고생한다”, “고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술먹고 오면 해장국도 끓여 놓고 그래도 남편이 결혼 잘했다는 소리 듣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도 함께 받아들고 키웠습니다.
처음엔 저도 10년 키운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안되냐고 물었을 때 사납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을 당했습니다.
저도.. 제 신혼생활에 고양이는 없었기에 어디 보내면 안되냐고 했을 때 "길에 유기시켜서 버려야지" 라는 말만 해서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방 하나는 캣타워와 고양이들이 쓸 수 있는 방을 주었는데도 제가 돌돌이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헤어볼이라는 걸 토해놨을 때 싫다고 하면 저를 구박하기 일쑤였습니다.

시댁이 어머님쪽 아버님쪽 2군데에 할머님에 제사까지.. 저는 불평 불만 한번도 하지 않았고 어디 가서 자야한다 하면 다 따랐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머니한테는 아직까지 인사도 안했습니다.
이번에 서운한거 얘기하면서 말하니 제가 가자고 안해서 안갔다고 합니다..

이런걸 다 억지로 한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제가 꿈꾸던 결혼생활이 이런 모습이었기 때문에 좋아서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제가 싫다고 했던 것 중 남편이 바꾸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욕하는 것이 싫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지인들과 통화할 때도 욕을 자주 했고, 
운전하다가 화가 나면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담배도 너무 많이 피워서 줄여달라고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1박으로라도 같이 어디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렇게 해줄 사람을 만나라”고 했습니다.


연애할 때는 축구도, 골프도 하지 않고 매주 저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밖에 없는 사람처럼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본인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니 축구도 해야 하고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저는 점점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저는 항상 1순위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형들도 있고, 고양이들도 있고, 가족들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저는 계속 뒤로 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신혼이니까 단 둘이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 건 없고 항상 시댁 식구가 껴있거나,
남편의 지인들과 무언가를 함께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선택한 사람이니까, 결혼까지 했으니까 잘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남편은 제가 술 문제 때문에 결혼생활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못했다고 해서 폭언이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까지 제가 감당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해준 것만 생각해서 억울하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남편도 저에게 잘해준 부분이 있었고, 저 역시 남편에게 상처 준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100%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정말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사람인가?’
‘나는 이 결혼생활에서 행복했던 건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남편은 남들에게는 예의 바른 사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가장 사랑을 주어야 할 저에게는 이러는 게 맞는건가 싶습니다.

남편은 이미 마음 정리가 끝났다고 하고, 저는 아직 마음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듭니다.

결혼 10개월 차에 신혼 이혼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머리가 너무 복잡합니다.

아마 저도 머리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제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나이 35살, 연애와 결혼식까지 1년 2개월, 결혼생활 10개월
함께한 시간이 짧으니 빨리 정리를 하는게 좋을지,
제3자가 보기에는 이 결혼생활이 어떤지, 제가 정말 많이 잘못한 것인지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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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