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우리 아이들보다 여기 아이들이 K-POP을 더 잘 안다
지난 9월 5일 오후, Redmond Downtown Park.
K-POP 음악이 나오자 무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만 모인 행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무대에서 K-POP을 공연하고 Random Play Dance에 뛰어드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미국 청소년들이 많았다.
노래 제목을 알고, 그룹 이름을 알고, 음악이 시작된 지 몇 초 만에 어떤 안무인지 알아채고 앞으로 뛰어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든다.
한국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우리 아이들보다 이 아이들이 요즘 한국을 더 잘 아는 것 아닐까?


9월 5일, Redmond에서 먼저 만난 아이들
이날 Redmond Downtown Park에서는 OneRedmond의 ‘Arts in the Park’ 첫 번째 토요일 행사가 열렸다.
bighug K-POP Dance Group과 Redmond Tech Orchestra가 Community Performance Line-Up에 참여했고, bighug 무대에는 6팀의 퍼포머가 올랐다.
BRII, LEMMON, HWAN, PR!ZM, VANESSA & ZENNY, KENZIE PROCTOR.
공연 중간에는 Random Play Dance도 열렸다.
Bellevue에서 했던 대규모 KPop Play Day 의 RPD처럼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아니었다.
대신 조금 다른 재미가 있었다.
공원을 지나가다가 음악을 듣고 멈춘 사람들, 무슨 행사인지 모르고 구경하다가 끝까지 지켜보는 가족들, 그리고 K-POP 노래가 나오자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오는 청소년들이 한 공간에 섞였다.
K-POP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악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공원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한국 문화였다.
그게 꽤 재미있었다.

그런데 9월 26일 Bellevue에서는 반대의 장면도 벌어진다
이번에는 미국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다.
Bellevue City Hall 안에서는 BIGHUG와 UW 한인회 KSU 대학생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의 추석과 전통놀이를 소개한다.
어떤 학생에게는 어릴 때 해봤던 익숙한 놀이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시청 밖으로 나오면 상황이 뒤집힌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K-POP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태어난 어른이 모르는 노래를 알고,
처음 듣는 그룹의 멤버 이름을 알고,
음악 몇 초를 듣고 안무를 알아차린다.
시청 안에서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이 ‘옛날부터 해오던 한국’을 보여주고, 시청 밖에서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걸까?
오전 10시
9월 26일의 첫 프로그램은 K-POP도, 전통놀이도 아니다.
‘추석 테크 다방’이다.
오전 10시부터 약 40분 동안 UW 한인회 KSU 대학생들이 추석에 친척을 만난듯 미국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형,언니 또는, 삼촌 이모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취업은 어떻게 했는지.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회사에서 하는 일은 얼마나 다른지.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미국에서 커리어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이번에는 먼저 미국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대학생들에게 나눠준다.
그런데 ‘Tech Conference’가 아니라 굳이 ‘다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예전 한국에서 다방이 사람들이 만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면, 2026년 Bellevue에서는 그 테이블에 커피와 함께 AI, 빅테크, 취업과 미래 이야기를 올려보자는 것이다.
추석을 꼭 과거의 모습으로만 기념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지금 미국에서 살아가며 만드는 것도 언젠가는 이민자의 문화가 될 테니까.
40분 뒤에는 고등학생들이 어른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 역할이 바뀐다.
이번에는 Bellevue 근교 학생들이다.
bighug와 함께 오피오이드 예방 콘텐츠를 준비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을 소개한다.
흔히 오피오이드 예방교육이라고 하면 어른이나 전문가가 학생들에게 위험성을 설명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이번에는 반대다.
청소년들이 청소년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직접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어른들에게도 보여준다.
“하지 마.”
“위험해.”
라고 말하는 것보다 친구가 만든 영상 하나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부터 준비해 그 간 온라인으로 공개되었던 작품들은 그날 참가자와 심사위원의 투표를 거쳐 오후 1시 45분 상장 수여로 이어진다.
그리고 15분 뒤, 음악이 나온다
오후 2시.
첫 번째 Random Play Dance가 시작된다.
조금 전까지 오피오이드 예방 콘텐츠를 이야기하던 공간에 K-POP 음악이 울린다.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뛰어나온다.
관객이었다가 참가자가 되고,
공연자였다가 다시 관객이 된다.
인종과 언어는 음악 앞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안무를 알면 나가서 춤을 추면 된다.
모르면 구경하면 된다.
그러다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뛰어나가면 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Bellevue의 ‘추석’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추석이라고 하면 가족이 모이고, 음식을 나누고, 함께 놀이를 하던 날을 떠올린다.
Bellevue에서 똑같이 재현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UW 한인회 KSU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기억하는 추석을 가지고 온다.
미국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K-POP을 가지고 온다.
빅테크에서 일하는 한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가지고 온다.
지역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오피오이드 예방 콘텐츠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 지역의 가족들과 주민들이 그 사이를 돌아다닌다.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을 하나씩 들고 와서 나누는 것.
생각해보면 그것도 꽤 추석답다.
한국을 떠나보니, 한국이 하나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살 때는 ‘한국 문화’가 무엇인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일상이었으니까.
그런데 해외에 나와 살다 보니 조금 다르게 보인다.
어떤 사람에게 한국은 윷놀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K-POP이고,
누군가에게는 삼성과 반도체이고,
또 다른 아이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외운 30초짜리 안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Bellevue City Hall에서 하루 동안 만난다.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한국 문화를 배우는 사람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다.
서로 아는 한국이 다르기 때문이다.
9월 5일 Redmond에서 먼저 시작된 작은 K-POP 무대는 그래서 9월 26일 Bellevue에서 조금 이상하고 재미있는 실험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온 사람은 추석을 가르치고, 미국에서 자란 아이는 K-POP을 가르치고, 직장인은 대학생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고등학생은 어른들에게 자신들이 바라본 오피오이드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면 모두 잠시 이야기를 멈춘다.
음악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는 노래라면,
그냥 앞으로 뛰어나오면 된다.
September 26, 2026 · 10 AM–5 PM
Bellevue City Hall & Plaza
RPD+ K-POP Play Day Season 2 with K-Games Chu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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