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탄은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는 왕국이에요
사실 부탄은 겨우 20년 전만 하더라도 전제군주제 체제를 유지 중이었는데, 2008년 처음 선거를 하면서 민주화가 이루어졌어요
근데... 부탄의 민주화는 다른 국가들과 많이 이질적인 방식이었어요
보통 민주화는 국민이 요구하고 통치자의 탄압을 겪다 시위 끝에 통치자가 항복하면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인데, 여긴 반대로 통치자가 추진한 민주화를 국민이 반대했거든요!

이야기의 시작은 4대 국왕 지그메 싱계 왕축 때부터, 지그메는 국민들의 행복을 목표로 다스리겠다며 "행복 정책"을 실시했고, 교육 개혁과 인터넷 보급 등 국민 권리와 수준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어요
이후 2000년대부턴 국민 권리의 정점인 민주화 도입을 추진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국민 정책에 너무 만족하고 있던 부탄 국민들은 민주화 소식을 듣자마자 결사반대를 외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도 반발이 거세서 제대로 시작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니까... 보통 민주화는 기존 왕정에 불만이 많아서 요구하는 건데 그 왕이 일을 너무 잘해서 오히려 백성들이 민주화를 반대하는 기묘한 상황이었던 거에요
상상도 못한 국민의 반대에 당황한 지그메는 일단 계획을 이어가서 3년 뒤에 선거를 도입하고 퇴위할 거라 했지만, 2006년에 갑자기 왕위를 아들에게 넘기고 일찍 퇴위했어요

그렇게 즉위한 게 5대 국왕이자 현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이에요
갑자기 왕위를 넘겨받은 케사르는 당장 2년 뒤에 예정된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밤낮으로 국민들을 만나 민주주의의 이점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 모습이 BBC 다큐를 타서 세계에 알려졌어요
그 노력의 결과 국민들도 민주주의를 수용하게 됐고, 2008년 첫 선거가 이루어지면서 부탄은 입헌군주제로 전환됐어요
(여담으로 지그메 통치 때 네팔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부탄에서도 첫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는데, 부탄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시기에 네팔은 완전히 공화정이 되었어요)
입헌군주제로 전환된 뒤에야 즉위식을 치른 케사르는 이후로도 국민 행복 증진을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요
일반적인 민주화랑은 과정이 정반대라 그런지 되게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