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이 이상하다.
뭔가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미국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를 거치면서 "세계경찰"노릇을 자처하고,
해빙기 이후 자유무역과 동맹가치주의를 앞세우며 인류, 더 나아가 지구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던 "큰형님" 미국이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 노릇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무역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으며,
한 술 더 떠서 이젠 "큰형님"이 아니라 "양아치"마냥 힘을 앞세운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지구주딱" 트럼프가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됐던 트럼프 1기 때의 모습에서도 봐왔지만
우린 트럼프의 저런 보호무역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
그리고 각종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져 있다.

물론 이는 단순히 트럼프라는 개인에서 찾을 모습은 아니긴 하다.
중국을 슈퍼 301조를 통한 관세장벽으로 압박하는 그림은 오바마가 시도를 했었고,
세계경찰 노릇 그만하고 중동쪽에서 하루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바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시도했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미국이 하려 했던 움직임에 대하여 확실히 못을 박아두고,
아예 기상천외한 언행으로 혼돈까지 주는 트럼프의 모습은
이제는 단순히 "미국"이라는 나라가 예전같지 않은 인상을 남겨주는 듯 싶긴 하다.

그래서 우린 최근 이런 미국의 무빙을 보고선 하는 말이 있다.
"미국 망했다"
뭐 딱 들어보기에도 극단적으로 흘러간 사고회로 같지만,
그렇게 생각할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미국"이라는 "국가"에 포커싱을 둔 것이 아니라 "트럼프"라는 "사람"에 포커싱을 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필자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더욱 자세히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미국(에게) (실)망했다"

사실 필자는 "트럼프"라는 개인보다는 "미국"에게 더욱 집중했다.
쉽게 말하면, "트럼프가 아니었어도 미국은 저 길을 갔을 것이다"라는 점이다.
직관적인 예로 보자면, 바이든 재임시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린 트럼프 1기의 실패 이후, 조 바이든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우리가 알던 미국"이 다시 돌아오겠구나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트럼프 1기의 무역장벽은 유지되었으며,
대중국 압박은 오히려 더욱 치밀해졌고,
세계경찰 노릇을 하려는 의지는 당연히 없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엄연히 의회민주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는 나라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도 강하지만, 의회 권한도 강하다.
무엇보다 미국은 큰 나라고 강한 나라다.
한 명의 개인의 의지로 움직임이 달라지거나, 정당의 이익계산에 따라 확확 바뀌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의 상황과는 달리
미국은 언제나 "가장 큰 이득"을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계산이 빠른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좌우 혹은 남녀노소에 관계 없이 같은 뜻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트럼프"라는 사람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시선에서 보면,
미국의 달라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바로 최근 미국의 이런 달라진 모습이
"미국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줄"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럼프가 저렇게 미친짓 계속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라는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매우 시스템이 철저한 나라다.
얼마 전, 트럼프가 IEEPA를 기반으로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서 미 연방대법원은 찬성 6 대 반대 3 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물론 환급과 관련한 부분은 하급심으로 넘어갔고, 트럼프는 다른 수단을 사용해 관세를 유지시켰지만,
그럼에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반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는 권위주의 일당독재 국가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거의 99%가 찬성 뿐이고 나머지 반대파들이 1% 미만인 거수기 그 자체 중국 정치와는 달리,
미국은 트럼프라는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은 38% 남짓이며,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절반 남짓이고,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 혹은 중립을 외치는 사람 전부 합쳐 60%나 된다.
미국은 바로 그 "동의하지 않거나 중립적인 60%"라는 "무기"가 있다.
이런 견제성, 다양성, 자유로움은 미국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며,
중국이 절대 초강대국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미국이란 나라 자체는 단순히 "변심"이라기 보단,
그저 자기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찌 보면 이게 인류가 걸어왔던 길에 더 가깝기도 하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평화가 이상하게도 오래 지속됐을 뿐.
그리고 이런 "벨 에포크"는 사실 우리 입장에서 평화시대지,
지금까지도 지구촌에서 단 한 곳에서만이라도 전쟁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미국의 무빙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혹자는 말한다.
미국을 로마시대에 빗대어 "슬슬 제국이 무너져가는 타이밍"이라고.
하지만 로마제국의 역사를 보자.
로마제국도 그 영원하고 거대한 제국이 쭉 강하고 안정적인 상태였을 것 같지만,
중간중간 많이 휘청이던 시절도 있었다.
미국도 그런 과정이다.
분명 지금 많이 상태 안 좋아보이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들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제국"으로써 군림한지는 이제 반세기 정도밖에 안 됐다.
앞으로도 지속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변화에 맞춰서 우리도 변화해야 할 필요는 있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도 겉으로는 실망감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제 망할 때 됐구나 말을 하더라도
뒤에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