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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엔] 끼리끼리 Science

나는 한때 “끼리끼리 논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안에는 배타성, 차별, 편 가르기 같은 뉘앙스가 깔려 있다고 느꼈다.

특히 미국 사회를 보면서 더 그랬다.
왜 이렇게 각자 커뮤니티가 나뉘어 있을까.
왜 완전히 섞이지 않을까.
이게 정말 건강한 사회일까.

예전에 읽었던 책이 하나 있다.
여러 편의 논문을 모아놓은 책이었는데, 제목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안에서 “safe house”라는 개념으로 미국 사회를 설명하던 글이 있었다.

safe house는 외부를 밀어내기 위한 요새가 아니라,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잠시 안전을 확보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세상과 단절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세상으로 다시 나가기 전에 숨을 고르는 장소라고.

책 이름은 희미해졌지만,
그 개념으로 미국 사회를 설명하던 논리는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이후로 나는 미국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미국에는 수많은 safe house가 있다.
이민자 커뮤니티, 종교 공동체, 동네 모임, 소수자 그룹.
겉으로 보면 “끼리끼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굳이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맥락을 처음부터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나는 처음엔 그걸 분열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런 마인드로 오래 살다 보니,
내가 먼저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색안경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safe house라는 틀로 사회를 보니,
사람들이 벽을 세우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었다.

색안경이 벗겨지자,
오히려 사람들은 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 보였다.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도 각자의 고민과 선택이 보였다.
그리고 막연한 편견 대신
실제 위험 신호가 어디에서 생기는지도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분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서야
진짜 구분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제 “끼리끼리”라는 말을 예전처럼 단정적으로 쓰지 못한다.
그 안에는 배타성도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생존과 회복의 기능도 있다.

완전히 섞이는 사회도 아니고,
완전히 분리된 사회도 아니다.
각자의 safe house를 가진 채
같은 시스템 안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구조.

다만 그 공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아니라
서로를 밀어내는 기준이 되는 순간만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끼리끼리 모여 살아도
사람은 생각보다 다 비슷하다.

불안해하고, 지키고 싶어 하고,
자기 자리를 찾으려 애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쩌면 미국 사회의 강점은
바로 그 비슷함을 전제로 하면서도
각자의 다름을 억지로 지우지 않는 구조에 있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하나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 공간을 허용하는 것.
그 틈이 다양성을 유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 가지 더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모두가 어딘가에는 속해 있고,
누군가와는 끼리끼리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싸움의 명분은 조금 약해진다.
우리가 특별히 나뉜 존재라서가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얻은 생각은 그리 거창한 통찰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모두가 어딘가에는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도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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